뼛속까지 파고드는 매서운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하루였다. 조카 두 놈이 쌍으로 밤새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바람에 이불을 두 채나 빨아 장독대 빨랫줄에 널어놓았는데, 나중에 보니 뻣뻣하게 얼어 있었다. 어휴, 추워∼ ∼
아파서 유치원에 못 간 조카 승호를 데리고 잠깐 안과를 다녀온 거 외에는 방콕한 채 먹기만 해서 운동이 필요하던 차에 시작한 108배였다.
열렬한 불교 신자인 이모가 예전부터 해 보라고 권했던 108배(정식 명칭은 108배 참회문). 부처님의 말씀 하나하나를 가슴에 세기며 108번 참회하며 자기 성찰을 하며 심신수련을 한다고 한다. 숙련된 신자는 10분에서 15분이면 108배가 가능하다고 한다. 신자들은 대개 새벽이나 아침에 108배를 가뿐하게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하지만 불교를 종교보다는 문화유산의 하나로 사찰 관람에 관심이 있는 나에게 108배는 처음엔 거부감이 있었다. 아니 거부감보다는 신기했다고나 할까. 합장하고 바닥에 무릎을 굽혀 절을 한 다음 다시 합장하는 힘겨운 행위를 끊임없이 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러다 무릎관절 오는 건 아닐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현실의 시름을 잊기 위해 108배를 하다 쓰러지는 장면도 종종 본 적이 있어서, 신심이 깊거나 뭔가 숭고한 사람만이 하는 절쯤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모의 말로는 신자가 아니어도 일반인들도 요가나 헬스처럼 108배를 신체 단련을 목적으로 많이들 한다는 것이다. 따로 운동을 하지 않는 내게 솔깃하는 얘기였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 108배 전문을 다운받아 몇 달 전부터 밤시간 잠 들기 전에 조금씩 하고 있다. 처음에 10배, 그리고 점차 늘려 20배, 30배, 50배까지는 해 보았다. 아직은 참외문을 보고 한 적은 없다. 이모에게는 참회문을 보면서 한다고 뻥은 쳤지만...참외문을 보지 않더라도 한 배 한 배 할때마다 그날 했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 들고 숙연해진다. 마음뿐만 아니라 내 몸에도 반응이 온다. 온몸을 움직여 절을 해서 그런지 아랫배가 접히면서 조금씩 들어간다고나 할까? 소화 기능에도 도움이 되어 하다 보면 가스 배출도 잘 된다ㅋㅋ 물론 스트레칭 효과도 있어서 온몸의 근육도 한결 부드러워진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108배를 시도하는 건 금물이다. 그냥 입으로 108까지 숫자 세는 것도 꽤 걸리는데 108번 온몸으로 절을 한다는 건 몸만 힘든 게 아니라 암담함이 앞서기 때문이다. 50배에 성공한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고 몸을 움직이려고 하니 온몸이 뻐근하고 욱신욱신해서 혼났던 데 기억난다. 운동을 안 하다가 하면 생기는 후유증과 비슷했다.
50배까지 하는 것도 실은 몸도 몸이지만 인내가 필요하다. 해도 해도 50이라는 숫자까지 가기에는 멀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모에게 50배까지만 반복적으로 한다고 했더니, 하루는 참회문을 보면서 50배까지 했으면, 다음날에는 51배부터 연이어서 하면 좋다고 했다. 참회문을 보지 않는 나로서는 이모한테 거짓말한 것 같아 미안하기만 했다. 108배까지 한번 해보고 그다음에 참회문을 봐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오늘 밤에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물론 참회문 때문이 아니라 하루종일 너무 많이 먹어서 소화를 시켜야 뱃살이 좀 빠지지 않을까 하는 다이어트 효과에 초점을 두었다고나 할까???
암튼 108배는 나처럼 운동엔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에게 방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으니 적극 추천하고 싶다. 요가나 헬스처럼 따로 운동복이나 신발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이동하지 않고 자기 방에서 자기가 편한 아무때나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다.
<108배 참회문>의 내용이 궁금한 이를 위해 아래에 첨부해 놓는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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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팔배 참회문 -
1.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2.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법에 귀의합니다.
3. 지극한 마음으로 승가에 귀의합니다.
4. 나는 어디서 왔는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고 살아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5. 나는 누구인가, 참 나는 어디 있는가를 망각한 채 살아 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6. 나의 몸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살아 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7. 나의 진실한 마음을 저버리고 살아 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8. 조상님의 은혜를 잊고 살아 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9.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잊고 살아 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10. 일가 친척들의 공덕을 잊고 살아 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11. 배울 수 있게 해 준 세상의 모든 인연들을 잊고 살아 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12. 먹을 수 있게 해 준 모든 인연들을 잊고 살아 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13. 입을 수 있게 해 준 모든 인연 공덕을 잊고 살아 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14. 이 세상 이 곳에 머물 수 있게 해 준 모든 인연들의 귀중함을 잊고 살아 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15. 내 이웃과 주위에 있는 모든 인연들의 감사함을 잊고 살아 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16. 내가 저지른 모든 죄를 망각한 채 살아 온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17. 전생, 금생, 내생의 업보를 소멸하기 위해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 하며 절합니다.
18. 성냄으로 인해 악연이 된 인연들에게 참회하며 절합니다.
19. 모진 말로 인해 악연이 된 인연들에게 참회하며 절합니다.
20. 교만함으로 인해 악연이 된 인연들에게 참회하며 절합니다.
21. 탐욕으로 인해 악연이 된 인연들에게 참회하며 절합니다.
22. 시기심으로 인해 악연이 된 인연들에게 참회하며 절합니다.
23. 분노심으로 인해 악연이 된 인연들에게 참회하며 절합니다.
24. 인색함으로 인해 악연이 된 인연들에게 참회하며 절합니다.
25. 원망하는 마음으로 인해 악연이 된 인연들에게 참회하며 절합니다.
26. 이간질로 인해 악연이 된 인연들에게 참회하며 절합니다.
27. 비방함으로 인해 악연이 된 인연들에게 참회하며 절합니다.
28. 무시함으로 인해 악연이 된 인연들에게 참회하며 절합니다.
29. 비겁한 생각과 말과 행동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30. 거짓말과 갖가지 위선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31. 남의 것을 훔치는 생각과 행동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32. 한갓 취미나 즐거움으로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는 일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33. 오직 나만을 생각하는 것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34. 악연의 씨가 되는 어리석은 생각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35. 어리석은 말로 상대방이 잘못되는 악연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36. 어리석은 행동으로 악연이 될 수 있는 인연에게 참회하며 절합니다.
37. 집착하는 마음과 말과 행동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38. 내 눈으로 본 것만 옳다고 생각한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39. 내 귀로 들은 것만 옳다고 생각한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40. 내 코로 맡은 냄새만 옳다고 생각한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41. 내 입으로 맛 본 것만 옳다고 생각한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42. 내 몸으로 받은 느낌만 옳다고 생각한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43. 내 생각만 옳다는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44. 삼생의 모든 인연들을 위해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며 절합니다.
45.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생각하지 않은 것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46. 세상의 공기를 더럽히며 살아 온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47. 세상의 물을 더럽히며 살아 온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48. 나만을 생각하여 하늘과 땅을 더럽히며 살아 온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49. 나만을 생각하여 산과 바다를 더럽히며 살아 온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50. 나만을 생각하여 꽃과 나무를 함부로 자르는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51. 이 세상을 많고 적음으로 분별하며 살아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52. 이 세상을 높고 낮음으로 분별하며 살아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53. 이 세상을 좋고 나쁨으로 분별하며 살아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54. 이 세상을 옳고 그름으로 분별하며 살아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55. 병든 사람에 대한 자비심의 부족함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56. 슬픈 사람에 대한 자비심의 부족함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57. 가난한 사람에 대한 자비심의 부족함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58. 고집스러운 사람에 대한 자비심의 부족함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59. 외로운 사람에 대한 자비심의 부족함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60. 죄를 지은 사람에 대한 자비심의 부족함을 참회하며 절합니다.
- 감 사 -
61. 부처님께 귀의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62. 부처님의 법에 귀의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63. 승가에 귀의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64. 모든 생명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65. 모든 생명은 소통과 교감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66. 모든 생명은 우주의 이치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67. 나와 남이 하나임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68.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69. 생명들의 신비로움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70. 새 소리의 맑음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71. 바람 소리의 평화로움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72. 시냇물 소리의 시원함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73. 새싹들의 강인함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74. 무지개의 황홀함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75. 자연에 순응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76. 자연이 생명 순환의 법칙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77. 자연이 우리들의 스승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78. 가장 큰 축복이 자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79. 가장 큰 재앙이 미움, 원망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80. 가장 큰 힘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 발 원 -
81. 항상 부처님의 품 안에서 살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82. 항상 부처님의 법속에서 살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83. 항상 스님의 가르침을 따르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84. 부처님. 저는 욕심을 내지 않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85. 부처님. 저는 화내지 않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86. 부처님. 저는 교만하지 않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87. 부처님. 저는 시기하지 않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88. 부처님. 저는 모진 말을 하지 않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89. 부처님. 저는 거짓말 하지 않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90. 부처님. 저는 남을 비방하지 않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91. 부처님. 저는 남을 무시하지 않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92. 부처님. 저는 남을 원망하지 않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93. 부처님. 저는 매사에 겸손하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94. 부처님. 저는 매사에 최선을 다하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95. 부처님. 저는 매사에 정직하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96. 부처님. 저는 매사에 긍정적이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97. 부처님. 저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98. 부처님. 저는 맑고 밝은 마음 가지도록 발원하며 절합니다.
99. 부처님. 저는 모든 생명이 평화롭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100. 부처님. 저는 이 세상에 전쟁이 없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101. 부처님. 저는 이 세상에 가난이 없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102. 부처님. 저는 이 세상에 질병이 없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103. 부처님. 저는 보살행을 실천하며 살아가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104. 부처님. 저는 반야지혜가 자라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105. 부처님. 저는 수행하는 마음이 물러나지 않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106. 부처님. 저는 선지식을 만날 수 있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107. 부처님. 저는 이 세상에 부처님이 오시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108. 부처님. 오늘 지은 이 인연 아낌없이 시방법계에 회향하며 절합니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이시여. 거듭 참회하고 발원하옵니다.
저의 어두운 마음에 보리의 종자 심어져
참된 불성이 나타날 수 있도록 자비심으로 거두어 주소서.
시방삼세 제불보살님과 역대 선지식들께 진심으로 바라오니
저의 참된 발원이 물러나지 않도록 지켜주시옵소서.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