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 | Posted by 고추장찍은멸치 2011.04.03 03:07

파주출판단지로의 첫 입성

나의 인생 멘토(?)인 류 선배의 소개로 인연을 맺게 된 파주출판단지.
3월 중순경 오후에 면접을 보기 위해 첫발을 내딛었을 때의 황량함이란...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번 정류장은 파주출판단지 입구입니다'라는 버스 안내방송만 믿고 내렸건만,
한쪽은 한없이 펼쳐진 논밭뿐이요, 다른 한쪽은 창고로 보이는 건물만 연이어 있을 뿐, 사람 한명 구경할 수 없었다.
파주 방면으로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한다는 창고 관리인의 말에 망연자실했지만...어찌하랴ㅠㅠ

꽃샘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가니 커다란 개천을 사이에 두고 열지어 들어선 출판사 건물들이 보였다.
멀리서 보면 비슷해 보이는 건물들이 가까이 가서 보니 제각기 독특한 구조를 하고 있었다.
모던한 느낌의 회색을 띤 기하학적 모습의 건물에서부터 귀여운 느낌의 둥그런 우주선 모양의 건물까지 다양했다.
건물들은 많은데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모래바람 속에서 한참을 헤매다 만난 서부의 한 마을처럼...
서울에서 한참 떨어진 파주, 그것도 황량함마저 도는 이곳 출판단지에서 난 도대체 뭐하는 거지?
하는 자책감마저 들었다. 세찬 바람에 정신마저 혼미해진 상태였기에 면접은 남의 일인 듯 멀게만 느껴졌다.

4월 1일  첫 출근, 파주출판단지를 향한 아침 풍경은 또 달랐다.
버스를 타기 위해 합정역을 나오는 순간  버스정류장에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놀라 뜨악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평소 같으면 한참 꿈속에서 단잠을 자고 있을 이 시간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선 이 출근 행렬은  낯설기 그지 없었다.
이 줄 끄트머리에 나 또한 몸을 들이민 채 줄이 줄어들기를 바라며 맥없이 기다려야 했다.
한 대의 버스를 보내고, 10분을 더 기다리고서야 버스에 탈 수 있었고 간발의 차로 버스 맨끝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서서 가는 사람들의 지친 모습을 보며 출근전쟁의  비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유로를 30분 정도 달린 후에야 목적지에 닿았다.
버스에서 발을 내딛는 순간 이곳이 영국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자욱한 안개 속에 서 있어야 했다.
서울은 분명 햇살이 내리쬐는 화창한 날씨였기에 처음엔 근처에 화재가 났나 싶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근처에 북한강이 있어서 아침저녁으로 안개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라 했다.
안개 속을 걸으며 잠깐이었지만 북부유럽의 아침 거리를 거니는 듯 이색적인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낯선 파주출판단지가 익숙해지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또한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과 오랜만에 손을 대는 편집일에 친숙해지려면 얼마만큼 시간이 흘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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