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 | Posted by 고추장찍은멸치 2011.03.06 15:24

<블랙스완>에 전율하다!!

삶 자체가 열정인양 항상 미소를 머금고 사는 지인과 함께 본 첫 영화이다.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아, 블랙스완!" 하고 동시에 지목한 영화였다고나 할까?
(스크린이 손에 잡힐 듯한 맨 앞줄에 앉아 고개를 최대한 젖히고 봐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했지만ㅠㅠ)

무대 코앞에서 장대하고 묵직한 뮤지컬 한 편을 본 듯 영화가 끝나고도
땀에 젖은 몸에 이는 전율 땜에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주인공 니나가 내뱉는 마지막 한마디, "완벽했어, 정말 완벽했어!"
누구를, 무엇을 위한 완벽이란 걸까? 인간 본연의 모습은 과연 존재하기는 한 걸까?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발레를 소재로 해서 만든 <블랙스완>은,
백조와 흑조의 상반되는 역할을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주인공 발레리나의 변화를 
현란하면서 충동적으로 담아낸 심리 스릴리에 환상과 환청, 기괴함까지 가미한 호러물이다.
우아하고 서정적인 고급한 예술축에 드는 발레영화를 기대했다면 그 기대는 예초에 버리는 게 좋다.

뉴욕시티 발레단의 얼굴이자 오랫동안 프리 마돈나로 활동해온 베쓰(위노라 라이더)가 은퇴하자,
발레단의 차기작으로 <백조의 호수>를 발표한 단장(뱅상 카셀)은 니나(내털리 포트먼)를 주연으로 선택한다.
베쓰를 대신해 발레단의 주연을 꿰찬 니나의 기쁨은 잠깐일뿐,
백조와 흑조를 한꺼번에 연기해야 하는 중압감이 니나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순수하고 우아한 니나는 백조 역할로서는 부족함이 없지만, 
욕정을 이끌어낼 정도로 도발적이어야 하는 흑조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나약하다.
이에 비해 새로 입단한 릴리(밀라 쿠니스)는 니나에게는 없는 마성적인 매력의 소유자다.
스킬를 넘어선 도발적 마력을 거침없이 강요하는 단장 앞에서 니나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일탈행위를 일삼는 릴리 앞에서 동경과 경계가 교차하면서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방탕함에 몸을 맡기고   
점점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혼돈하는 정신분열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급기야 자신의 몸에서 가시가 돋아나는 환상 속에 빠지면서 자신이 마치 흑조로 변해가고 있다고 여긴다. 

카메라는 줄곧 니나의 변화 과정을 빠른 속도로 쫓아간다.
관객에게도 숨을 헐떡거리며 쫓아오라고 거침없이 몰아부치는 듯하다.
이 영화를 위해 1년 넘게 혹독한 트레이닝과 발레 연습을 하면서 
발레리나에 적합한 몸매를 만들었다는 내털리 포트먼의 저력이 빛을 발한다.

영화의 주요 흐름을 차지하는 <백조의 호수>는 구체적으로 이렇다.
지그프리트 왕자가 숲 속에서 우연히 백조에서 여인으로 변하는 오데트를 발견하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오데트는 악마의 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하게 되었고, 이 마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진실한 사랑임을 알게 된 왕자는 다음날 오데트와의 결혼을 발표하기로 한다. 
하지만 다음날 왕자 앞에 나타난 여자는 오데트가 아니라 악마의 딸인 오딜(흑조)이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왕자는 오딜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왕자가 오데트를 찾아가지만 오데트는 강물에 몸을 던져 죽음을 선택한다.

니나가 선택한 백조와 흑조 역할은 결국 이 이야기처럼 니나를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
순수하고 가녀리기만 했던 니나는 자신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자기 파멸로 치달을지도 모를 흑조를 끌어냄으로써 
'완벽'이라는 목표에 이르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버리게 된다.

어떤 이는 니나를 정신병자라고도 하고, 예술혼에 미친 사람이라고도 할지 모른다.
근데 난 니나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꾸 눈물이 났다.
니나가 현실적인 여자였다면 자신이 망가지기 전에 멈추었을 것이다.
하지만 니나는 외부 자극에 끊임없이 몸을 내맡길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나약한 인간이었기에
자신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건 하닐까? 하는 연민이 들었다.
'완벽한 연기'라는 허울좋은 미명하에 희생된 거라고나 할까?

사람은 다들 양면성이 있다고 한다.
현실에 이로운 면과 그렇지 않은 면이 공존하고 있을 것이다.
너무 이분법적인가?
아무튼 니나를 보면서, 난 현재 어떤 사람이고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변해갈까?
하는 숙제를 떠안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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