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 | Posted by 고추장찍은멸치 2011.01.25 23:11

사랑에 열병을 앓고 있다고?

결혼 경력 8년쯤 된 친구가 요즘의 내 상태를 보고 한 말이다. 멍한 상태로 허공만 바라보다가 남친의 전화가 걸려오면 기분이 좋아졌다가, 남친의 전화가 걸려오지 않는 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우울해진다. 처음엔 남친이 사업하는 사람이니까 바빠서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나에 대한 남친의 무관심이 아닐까 하는 우려감으로 바뀌어간다. 서로 감정을 확인하고 진지하게 사귀어보자는 약속을 했는데도 말이다.

동갑내기라 말을 트고 지내다 보니 연인보다는 편한 친구로 자리매김을 해버려서 그런가? 영화나 드라마 속 연인들을 보면 둘만 있고 싶어하고 모든 걸 함께 하고 싶어 하는데, 우린 둘만 있으면 왠지 어색하고 지인들과 함께 있을 때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서로 전화 통화는 자주 하지만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은 아직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전화 통화는 술에 만취한 남친이 늦은 시간에 귀가해서 외로울 때면 주로 통화 버튼을 누르면서 시작된다. 내 상황과 상관없이. 통화 내용 또한 주로 본인의 신세한탄에 치중이 된다. 내 감정과는 상관 없이.

작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저녁에 만났으니 남친을 만난 지 오늘로 딱 한 달째 되는 날이다. 남친의 배려 없는 무관심한 행태와 매일같이 술에 만취한 채 나에게 위로를 구하는 남친을 생각하면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피로감이 든다. 남친이 나에게서 보는 건 무엇일까? 끝없는 관용의 자세로 지켜봐 주길 원하는 걸까? 살아온 환경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상극일 만큼 다른 우리 사이의 거리감은 애초부터 좁혀지지 않는 그 무엇일까?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헤어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내 마음은 왜 이리 남친의 그늘 속에 파묻혀 있는 걸까?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자꾸 그리워지니 말이다.
 
내가 남친한테 끌리는 점은? 목소리에서 정이 느껴진다는 점. 소개팅하는 날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남친의 첫 목소리가 나를 편하게 해 주었다. 어디선가 들은 것같은 익숙한 목소리라도 되는 듯 말이다. 요즘도 남친이랑 통화할 때면 목소리의 주인을 미지의 남자로 착각했다가 한참이나 지나서야 남친의 얼굴을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남친의 꾸밈없는 커다란 눈동자. 행동이나 말은 거칠지만 어려운 사람을 보면 측은지심을 느껴 눈물을 흘릴 줄 알고 도와줄 줄 아는 착한 남자라는 것이다. 본인은 극구 나쁜 남자라고 강조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투박함 속에 세심함이 베어 있다는 점. 본인을 꾸밀 줄도 알고(자칭 빈폴 매니아라고 함), 대화하다 보면 연결고리를 잘 잡아가면서 끌고 갈 줄 안다. 그리고 아이들을 생각하며 놀이시설을 구상하고 설계해서 설치하는 모습이 순수해 보인다(본인은 아이들이 아닌 돈 때문에 한다고 강조하지만)

남친과 나의 관계는 우정일까? 아님 그 이상의 사랑일까? 
남친과 내가 서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시간이 지날 수록 의문부호만 늘어만 간다...      
분류없음 | Posted by 고추장찍은멸치 2011.01.13 02:44

노땅 두 남녀, 강릉 해돋이 길에 나서다!

오랜만에 들어온 내 블로그. 좀 낯설다. '그날 그날의 흔적 남기기' 를 모토로 시작한 블로그인데 한동안 방문하질 못했다. 딱히 바쁜 일은 없는데 정신적 공황 상태였다고나 할까? 이 증상은 남녀가 만나면서 생기는 부산물 탓이리라. 서로의 감정이 어떤지 확인하고자 하는 유치함, 그에 따른 쓰라린 속앓이(현재는 나에게만 해당함ㅠㅠ), 그리고 막연한 기다림...
현재는 이렇지만 과정은 기록해 두고자 한다.

2010년 마지막날인 12월 31일 아침 6시. 가족들은 아직 한밤중인 듯 잠에 취해 있어 아무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대문을 나섰다. 상대방은 이미 집 근처에 와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상대방과는 세 번째 만남이다. 기다리게 한 미안함과 약간의 어색함에서 벗어나고자 편의점에서 따뜻한 커피를 산 후 차에 올라탔다. 상대방은 등산복 차림으로 소탈해 보였다. 전전날 밤을 새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탓인지 피곤한 기색 또한 역력했다.

아침 6시인데도 창밖은 어둠 속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저녁형 인간인 나에게 미명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아침 풍경은 낯설었다. 아침형 인간인 상대방에게는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여행하면 설렘이 앞서는 나에게는 도로도, 그 위를 달리는 차도, 순간적으로 지나치는 산과 마을도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북쪽으로 갈 수록 하얀 눈으로 뒤덮힌 산등성이들이 장관이었다. 연신 내뱉는 감탄사에 상대방은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었다ㅋㅋ.
 
이런저런 얘기와 바깥 구경을 하는 사이에 해가 떠올라 청명한 아침을 맞이했고, 2시간 30여 분 만에 강릉에 도착했다. 우선 강릉 초등학교로 들어섰다. 눈밭으로 변한 운동장 탓인지 눈이 부셨다. 이 운동장 한켠에 놀이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사를 진행할 관계자와 잠깐 만난 후 강릉 시청으로 향했다. 상대방이 업무를 보기 위해 시청 본관으로 들어간 사이 난 로비에서 커피를 마시며 잠깐의 독서에 빠졌다. 낯선 곳에서의 여유를 난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나만의 여유는 잠시일뿐. 상대방은 일을 생각보다 빨리 마치고 관계자와 담배를 피고 있었다. 상대방은 걸걸한 입담 탓인지 그 누구와도 일시에 친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듯했다.

상대방의 업무는 이걸로 끝. 이제는 본격적인 강릉 구경에 나서기로 했다. 딱히 정해진 곳이 없는 것 같아 내가 낙산사행을 권했고 상대방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길을 잘못들어서 한참을 헤맨 후 경포대로 가기로 했다. 상대방과 나의 키 차이가 20cm 이상인 탓에 처음엔 나란히 걷는게 불편하고 어색했다. 하지만 거세게 몰아치는 겨울바다의 위용 앞에 키 차이는 무색할 따름...우린 나란히 모래사장 위를 끝없이 걸었다. 그리고 그네 형태의 벤치에 앉아 상대방은 담배를 피고 난 끝없이 펼쳐진 겨울 바다를 마냥 바라보았다.

다음 행선지는 딱히 정해놓은 건 아니고 해변 도로인 7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한적한 항구에 들러보기로 했다. 일 때문에 전국을 돌아다녀 본 탓인지 상대방이 알고 있는 항구는 많았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한가로워 보이는 한 항구(이름을 까먹었다ㅠㅠ)에 들러 회를 먹었다. 상대방의 특징 하나. 잘 먹지도 않으면서 골고루 많이 시키는 성향이 있다. 많이 먹는 것보다 특산물 이것저것을 맛보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둘 다 소식가인 탓에 회는 많이 남았다ㅠㅠ.

다음에 들른 항구는 규모가 꽤 큰 대진항(?)이었다. 어선에서 막 내린 신선한 생선들이 가득했다. 관광객들과 상인들이 뒤섞여 흥정하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시끌벅쩍한 대진항을 뒤로 하고 다시 향한 곳은 꽤 먼 듯했다. 2차선 도로로 차들도 거의 다니지 않는 산골로 들어서는 듯한 기분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북한 한계선으로 나를 북한으로 넘겨버린다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한참을 달리니 화진포(?)라는 곳에 도착했다. 인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데 배 모양의 박물관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시간도 많은데 한번 들러보기로 했다. 겉보기와 달리 내부는 세련되고 바닷속 생물 전시물이 풍부했다. 아큐어리움 형태의 수족관도 잘 갖추어져 있어 눈요기를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박물관을 나와 화진포 모래사장을 밟아보기로 했다. 어휴, 그런데 상상을 초월하는 거센 바람에 파도가 우릴 잡아먹을 듯 덮치는 듯해 얼른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화진포에서 조금 더 들어가니 산등성이에 꽤 높이 자리잡은 등대가 있어 그곳에도 올라가보았다. 산등성이에서 바라다본 겨울바다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시야가 넓으니 수평선이 한눈에 보이고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등대 안에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겉에서만 볼 수 있을 뿐, 내부는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쩝쩝 뒤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돌아다니다보니 해가 지고 땅거미가 내렸다. 상대방은 잠잘 곳을 마련해야 한다며 마음을 졸였다. 원래 계획은 차에서 밤을 지새기로 한 것 같은데... 하루 종일 운전한 상대방을 생각하니 모텔이라도 잡아야 할 판이었다. "설마 방을 2개 잡아야 하는 건 아니지?" 하는 상대방의 말에 그냥 하나만 잡자고 했다. 해돋이 하기에 전망이 좋은 방을 잡기 위해 한참을 헤맨 후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원룸식 모텔에 짐을 푼 후 근처 순대국집에 들러 저녁을 먹었다. 둘 다 음료수와 회 외에는 먹은 게 없어 얼큰한 게 당겨 고른 곳이 순대국집이었다. 해돋이 전날인데도 식당은 한산했다. 구제역 때문에 여느 해에 비해 손님이 뜸하다는 주인자의 푸념 섞인 말이 오갔다. 순대국과 돼지머리고기, 거기에 양이 엄청 많은 순대모듬까지 푸짐한 저녁상이 차려졌다. 막걸리가 빠질 수 없지. 밥 먹으면서 막걸리 들이키고 텔레비전 보면서 키득키득하면서 저녁을 떼우고 일찍감치 모텔로 들어갔다.

이성과는 처음 들어가 보는 모텔인데 전혀 떨리지 않았다. 상대방이 또래고 친구처럼 느껴져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들어가기 전에 상대방에게 난 안 씻고 밤을 센다고 못을 박아놓은 탓이리라. 원룸식이라 집에 들어간 듯한 편안함 느낌의 모텔이었다. 상대방과 베란다에 앉아 페트병에 든 맥주를 마시며 각자 살아온 얘기를 주고받았다. 같은 또래인데 걸어온 길은 확연히 달랐다. 몸으로 부딪히며 치열하게 살아온 상대방과 인생을 관망하며 살아온 나. 그 거리의 차는 꽤 컸다. 그래도 서로를 존중해주니 대화는 꽤 오래 이어졌다. 맥주를 다 마신 상대방이 피곤하다며 먼저 들어가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잠들었다. 난 밤바다를 바라보며 지인들에게 새해인사 문자를 한참이나 보내고 짧은 일기를 쓰고 <셜록 홈즈>를 읽었다. 밖은 몇몇 혈기왕성한 젊은 청춘들이 모래사장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하하호호 놀면서 폭죽을 떠뜨렸다. 멋진 밤바다를 배경으로 터지는 폭죽 불꽃이 장관이었다. 한참을 보고 있는데 한기가 들어 물을 끓여 따뜻하게 먹었는데도 추위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침대로 들어갔다.

부시럭부시럭 소리에 깼는지 상대방이 잠이 안 온다며 투덜댔다. 그러면서 우리 둘의 상황이 너무 웃기다며 키득키득댔다. 근데 인간적으로 방이 너무 추운 탓에 난 화가 앞섰다. 상대방도 그제서야 한기를 느꼈는지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할 수 없이 있는 이불을 다 끌어다가 바닥에 차곡차곡 쌓은 후에 각자 모퉁이를 잡고 영화를 보기로 했다. 마침 <나는 전설이다>가 방영되고 있어 영화에 몰입할 수가 있었다. 영화가 끝난 후 뜨거운 라면을 먹고 난 후에야 추위가 좀 가셨다. 운전하느라 피곤에 찌든 상대방은 추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자 짜증을 냈다. 그러다 전기담요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냈다. 둘다 바보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랴부랴 전기담요를 깔고 잠깐 있으니 따뜻해졌다. 벌써 새벽 4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상대방은 온기 탓에 금방 잠이 들었고 난 텔레비전을 보면서 새우잠을 청했다.

6시에 알람 소리에 깨어 보니 밖은 아직 한밤중처럼 어둡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상대방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잠에 빠진 상태. 날씨로 봐서는 해돋이는 불가능할 것 같고 해서 7시에야 상대바을 깨웠다. 미명이 걷히고 해변에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우리도 서둘러 체크아웃을 하고 해돋이 인파에 합류했다. 거센 파도에 눈발까지 날렸다. 해돋이는 실패.해변 한켠에 모닥불이 있어 그 주변에 서서 새해 소망을 간단히 빌고 돌아섰다. 해돋이는 못 보았지만 아침에 바라다본 겨울바다 또한 멋진 장관이었다.

상대방과 나 모두 약속이 잡혀 있어 서둘러 서울로 향했다. 강릉까지 왔는데 강릉 특산물 하나쯤은 사갖고 가야 한다고 바득바득 우기는 상대방 때문에 황태 도매점에 들렀다. 평소 선물 같은 건 짐스러워 잘 챙기지 않는 나에게 황태상자와 송이술 상자를 사 주며 집에 갖고 가라고 했다. 부담백배ㅠㅠ 손이 얼마나 큰지 이외에도 상대방 식구들 선물이라며 잔뜩 사서 쟁길 정도였다. 정은 참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서울로 향하는 차 안에서는 둘 다 피곤해서인지 음악만 들으며 올라왔다. 그런데 둘의 상황은 좀 웃기긴 했다. 관계 설정은 미뤄둔 채, 둘 다 그냥 웃지요만 연발할 뿐이었다. 긴 듯 짧은 듯 강릉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ㅋㅋ.

         


분류없음 | Posted by 고추장찍은멸치 2011.01.05 02:35

노땅 두 남녀에게, 연애는 코미디다!

연말 연초가 회오리바람이 몰아치듯 지나가버렸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2011년 1월 3일이 되어 있었다.
맙소사! 일정한 패턴에서 벗어나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인데 실로 놀라울 뿐이다. 그래도 노땅 두 남녀의 일정을 반추해보기로 한다.

2010년 12월 25일 저녁 첫 번째 만남 이후, 두 번째 만남은 3일 후인 29일에 우연히 이루어졌다. 평소 친하게 지낸 직장 동료와 노원역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상대방한테서 전화가 왔다. 서울 본사에서 프리젠테이션이 있어서 포천에서 올라왔는데 지나는 길에 잠깐 볼 수 있냐는 전화였다. 전날 2시간 넘게 통화해서 친근감은 들지만 막상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할 생각을 하니 망설여졌다. 다행히 같이 있던 친구가 동행해 주겠다고 해서 쾌히 승낙했다.

근처에서 잠깐 차만 마시자고 한 게 술자리로 바뀌었다. 적당한 커피숍을 찾다가 결국 수락산 자락의 한 허름한 막걸리집으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격식보다는 구수한 취향인 듯한 상대방은 앉자마자 막걸리와 감자전을 주문했다. 본인에게는 어색함이란 존재하지 않기라도 한 듯, 서먹서먹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화기애애한 자리로 만들었다. 동행한 친구 또한 화통한 성격이라 분위기는 한 병 한 병 늘어가는 막걸리병 수만큼 무르익어갔다.

4시간 가까이 술 자리를 한 후, 사업을 하고 있는 상대방이 종무식에 가야 한다며 일어났다. 동행한 친구와의 뒷담화가 이어졌다. 친구 왈, "성격이 화통하고 좋네. 둘이 동갑이라서 그런가? 오래된 친구처럼 보인다."
내내 손님이 우리뿐인 막걸리집 주인장이 9시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근처 아담한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커피숍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상대방이 다시 오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직원들과 어울릴 수 없는 나이 어린 사장의 비애가 느껴졌다. 아메리칸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떠는데 영업이 끝났다는 통보를 또다시 받고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둘은 생맥주를, 난 블랙러시안을 시켜 다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몇 번 만났다고 이리 할 얘기가 많은지 이해불가 상황이었다. 그 사이 창밖으로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야심한 밤에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내리는 하얀 눈 세상이 이국적으로 다가왔다.

이 카페마저 새벽 2시가 되니 영업마감이라며 나가라는 통보를 했다. 눈을 맞으며 푹푹 빠지는 눈길을 헤쳐 노래방으로 향했다. 상대방이 노래를 반드시 불러야 한다는 고집을 부려서이다. 정작 노래방에 들어선 상대방은 노래 부르기를 주저했다. 나와 친구가 노래방 취향이 아니라 호흥을 해 주지 않아 뻘쭘했기 때문이다ㅋㅋ. 노래를 아무리 좋아하고 잘 부르는 사람이라도 분위기가 썰렁하면 노래 부르기 민망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친구가 흥을 돋고, 음치인 나 또한 열심히 동참한 덕에 상대방 또한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단, 대부분의 선곡이 90년대 가요여서 파워풀한 분위기가 아니라 향수에 취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ㅋㅋ.

새벽 4시가 넘어가는 시간쯤 되자 상대방이 눈이 풀리면서 소파에 드러누워 잠들어 버렸다. 엎친데겹친 격으로 노래방 주인이 영업시간 끝났다고 나가라고 했다. 아--난감한 상황이라니ㅠㅠ  할 수 없이 상대방의 얼굴을 때리고 몸을 일으켜 세워서 밖으로 나왔다. 다들 기진맥진한 상태. 우선 편의점 가서 커피 마시면서 정신 좀 차리기로 했다. 원두커피를 마시며 밤을 세워버린 이 어이없는 상황에 셋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아이가 둘인 친구는 저녁도 챙겨주지 못해 굶은 상태로 자고 있을 애들을 생각하며 걱정 반 웃음 반 했다. 

아침 6시, 눈이 풀려버린 두 사람 때문에 할 수 없이 해장국집으로 향했다. 상대방은 시간이 이리 된 줄 몰랐다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한 채 해장국으로 속을 달랬다. 친구는 따뜻한 국물이 들어가서인지 두 눈을 내려뜨린 채 잠들어 버릴 태세였다. 나만이 그래도 정상을 유지했다고나 할까?

상대방이 대리운전사를 불러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얼떨결에 외박을 해버린 나였기에, 아침 8시쯤에 집 대문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서려니 걱정이 되어 얼굴을 들기 민망했다. 나의 필살기인 철면피 얼굴로 대충 구실을 만들어 소리 친 후 곧장 방으로 들어가면서 일은 일단락되었다. 나이가 들어서인가ㅠㅠ. 그날 내내 온몸이 쑤시고 정신은 혼미했다. 상대방 역시 그날은 일을 못 했다고 했다ㅋㅋ.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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